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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학자 김익한 : 열심히 살았는데, 남는 건 없어 억울한가요?
롱블랙 프렌즈 B
가끔 그럴 때가 있죠. 쉴 틈 없이 일해왔는데, 돌이켜보니 기억이 잘 안 나는 느낌. 내가 어떤 일을 쌓아왔는지, 어떻게 성장했는지 뭐라 설명하기 어렵죠.
그럴 때마다 ‘기록’을 찾아요. 내 핸드폰 속 사진이나 메모, 펜으로 가끔 적는 일기까지. 그때서야 내가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지 깨닫게 되죠.
다짐했어요. 기록을 습관으로 만들겠다고. 노하우를 얻고 싶어 김익한 명지대 교수를 찾아갔죠. 국내 1호 기록학자이자, 기록에 대한 이야길 담은 책 『거인의 노트』의 저자이기도 해요. 2023년 출간한 지 1년 만에 14쇄를 찍은 베스트셀러죠.
오늘은 김 교수와 함께 기록의 매력과 기록을 습관화하는 법을 알아보려 합니다.
김익한 명지대학교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김익한 교수는 한국의 ‘기록 시스템’을 다진 주인공입니다. 1998년 한국국가기록연구원 설립을 시작으로 2000년엔 그가 만든 기록관리법이 시행됐어요. 2006년엔 대통령 기록법을 만들기도 했죠.
어느 날 그는 떠올렸습니다. 나라의 근간을 만드는 게 기록인데, 사실 사람도 다르지 않다는걸요. 나라든 개인이든, 하루하루 쌓아 올린 기록이 모이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알 수 있다는 겁니다. 이야길 좀 더 자세히 들어봤습니다.
Chapter 1.
삶의 의미를 찾던 역사학도
김익한 교수는 타고나길 질문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학생 때도 늘 스스로에게 물었죠. ‘의미 있는 삶이란 무엇일까?’
그 해답을 역사에서 찾으려 했어요. 선조의 일들은 모두 역사로 기록되니, 불투명한 미래도 역사를 참고삼으면 선명해질 거라 믿은 거죠.
부푼 꿈을 안고 1979년 서울대 국사학과에 들어갔지만, 하필 격동의 시기였습니다. 1학년 때 대통령 사망 사건이, 2학년 때 5·18 민주화운동이 일어났죠. 그도 학생들과 함께 거리로 나왔어요. 마음 한편에 깊은 갈망을 숨겨둔 채로요. ‘역사를 제대로 공부하고 싶다’는.
군대에 다녀온 뒤, 김 교수는 마음껏 배우지 못한 아쉬움을 풀기로 했어요. 역사책과 논문을 매일 18시간씩 닥치는 대로 공부했죠. 그런데 충격을 받습니다.
“일주일 동안 뭘 공부했는가 떠올려 봤는데,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방법을 바꾸기로 했어요. 글을 무작정 읽는 게 아니라, 잠시 덮어두고 핵심을 요약해 ‘나만의 단어’로 적었죠.”
그러자 방대한 양의 자료가 머리에 쏙쏙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이때 김 교수는 태어나 처음으로 깨닫습니다. ‘잘 정리한 기록’의 유용함을요. 모든 과목을 A+로 마친 뒤 일본 도쿄대 대학원으로 유학을 떠나기도 했죠.
김 교수는 일본에서 역사 대신 ‘기록학’을 파고듭니다. 영어로 아카이브Archive. 중요한 역사적 기록을 선별·보존·복원·제공하는 학문이에요. 역사학보다 실용적이라고 생각했어요. 배워서 기여할 곳도 많을 것 같았죠.
롱블랙과 인터뷰 중인 김익한 교수. 그는 한국에 기록학을 들여온 국내 1호 기록학자다. ⓒ롱블랙
호떡 포장지가 공문서인 나라
한국에 돌아온 뒤인 1995년, 김 교수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곧바로 깨닫습니다. 당시 한국의 ‘기록 체계’는 없다시피 했거든요. 유럽이나 일본 같은 선진국에 비해 ‘나라의 뼈대’가 부실하다고 본 거죠.
“당시 세종로 한구석엔 공문서가 24시간 활활 타는 ‘소각로’가 있었어요. 공무원이 밥 먹으러 나올 때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공문서를 몇 권씩 갖고 나와 태우는 게 일상이었죠. 심지어 뉴스엔 ‘호떡 포장지가 알고 보니 공문서더라’는 소식도 심심찮게 보도됐어요.”
그래서 1997년 김 교수는 국가기록원에 입사합니다. 동료들과 힘을 모아 ‘기록관리법’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3년 뒤인 2000년, 한국 최초의 기록관리법이 시행됐죠.
잘 모아두는 게 기록의 전부는 아닙니다. 김 교수는 정부나 조직이 기록을 관리할 때 신경 써야 할 네 가지 기준을 이야기했어요.
1. 진본성 : 기록이 사실과 일치하는가
2. 선별 : 어떤 기록을 남기고 버릴 것인가
3. 공개 : 핵심 기록을 어떻게 편집해 시민에게 알릴 것인가
4. 보존 : 어떻게 오랫동안 보존할 것인가
그런데 이 기준, 우리에게도 유용해 보이지 않나요? 이게 바로 김 교수가 ‘개인을 위한 기록법’에 관심 가진 이유입니다. 기록을 사실대로 쓰고, 핵심 기록만 남기고, 보기 좋게 다듬고, 오랫동안 보관한다면? 기록은 삶의 길잡이가 될 거라 생각했죠. 그래서 2020년에 유튜브 채널을 만든 뒤 기록의 가치와 방법을 알리기 시작합니다.
유학시절 기록학을 공부한 김 교수는 한국에 돌아와서 국가 기록물을 관리하는 법안 시행에 앞장섰다. 사진은 국가기록원 전경. ⓒ국가기록원
Chapter 2.
기록이 좋은 세 가지 이유
나라나 개인이나 기록이 필요하다는 건 어렴풋이 알겠습니다. 그런데 정확히 뭐가 좋다는 걸까요? 김익한 교수는 기록의 가치를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합니다.
① 누적하는 삶을 살 수 있다
직장인은 흔히 ‘소모적인 삶을 산다’고 하소연하죠. 열심히 살지만 돈도 몸도 닳는 느낌이니까요. 김 교수는 기록을 통해 ‘누적하는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합니다.
“오늘 하루가 너무 소모된 것 같다고 느끼는 직장인들이 많죠. 만약 하루가 생생하게 머릿속에 남아 있다면, 내가 뭘 했는지 모두 기억난다면, 과연 소모된 느낌이 들까요?”
내가 오늘 도전한 과제나 이룬 업적을, 아무리 사소한 것도 기록한다면? 내가 어제보단 ‘조금 나아졌다’고 생각한다는 거예요. 일상을 뭉뚱그려 ‘매일이 똑같아’라고 착각하는 습관도 버릴 수 있고요.
“기록을 하지 않으면 (내가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오늘 동료와 말다툼한 일만 생각이 나요. 사람은 원래 부정적인 일에 쉽게 동요되거든요. 그 일이 하루를 잡아먹기 전에, 기록을 통해 ‘찰나의 기쁜 순간’을 붙잡는 거예요. 아무리 힘든 날도 분명 미소 지은 순간이 있었을 테니까요.”
김 교수는 덧붙입니다. 기록을 단순히 ‘쓰는 일’이라 생각하는 대신 ‘나와 대화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해 보자고요.
“삶이 무의미한 것 같고 자기다운 삶을 살지 못한다고 느낀다면, 그래서 불안하고 억울하고 무기력하다면 기록을 통해 자기와의 대화를 시작해 보자. 자유는 자기를 만나야 시작된다.”
_김익한 『거인의 노트』 75p
② 뚜렷한 정신 상태를 유지한다
바쁘게 일하다 보면 ‘중요한 결정’을 못 내릴 때가 많습니다. ‘이렇게 사는 건 아닌 것 같다’며 퇴사하겠다 마음먹는 직장인도, 막상 집에 오면 숏폼 콘텐츠를 보거나 술을 마시며 잊어버립니다. 더 이상 생각하기 싫으니까요.
“사람들이 생각하지 않고 열심히만 살도록 몰아가는 것. 현대사회의 핵심적 특징이죠.”
김 교수는 제안합니다. 고민을 외면하는 대신, 제대로 기록한다면? 힘든 와중에도 해결책을 만들어볼 수 있죠. 난 왜 퇴사 생각을 하는지, 어떤 점이 불만인지 차분히 적으며 정리할 수 있으니까요.
그동안의 기록이 있다면 금상첨화예요. 퇴사할 결심이 1~2년 동안 꾸준히 기록에 남았다면? 자연스레 다짐하겠죠. ‘이젠 행동할 때가 됐다’고.
③ 나를 왜곡하지 않는다
기록이 쌓일수록 ‘성급한 실수’도 줄어듭니다. 나를 한 권의 역사책처럼 바라볼 수 있는 관점, 즉 ‘메시아적 시간관*’을 가질 수 있으니까요.
*독일의 철학자 발터 벤야민이 주장한 개념으로, ‘과거, 현재, 미래’의 긴 시간을 신과 같이 압축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시간관을 말한다.
쉽게 말해 내 안에 데이터가 쌓인다는 거예요. ‘내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떤 어려움을 극복했는지’, ‘어떤 일에 도전했다 실패했는지’를 간직하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볼 수 있죠.
“내가 걸어온 길을 저장하면, 나를 왜곡되게 규정하지 않는 힘이 생깁니다.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 올 때마다 ‘나는 이런 사람이었지’ 하고 나다운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돼요.”
기록은 ‘내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해석’하는 일이다. 김익한 교수는 ‘기록형 인간’이 되는 방법을 알리기 위해 책 『거인의 노트』를 출간했다. ⓒ롱블랙
Chapter 3.
일상 기록, 한 줄이면 충분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기록은 ‘수고스러운 일’입니다. 새해마다 다이어리를 사 놓고도 ‘작심삼일’하는 경우가 수두룩하죠.
김익한 교수는 바로잡습니다. “우리가 기록에 대해 오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해요.
“직장인들이 매일 일기 쓰는 건 반대합니다. 기록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대신, ‘일상의 한 줄 기록’을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한 시간 반에 한 번씩, 내가 경험한 것과 생각한 것을 키워드로 적는 거예요.”
예를 들어 볼까요?
9:00 든든한 아침 사과
10:30 미팅 준비, 컨디션 나쁘지 않음.
12:00 미팅 완료! 준비한 대로 잘해서 뿌듯함.
13:30 반짝이는 청계천 산책, 숨 돌릴 틈
한 줄 쓰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20초 남짓. 김 교수는 하루에 적게는 20개, 많게는 40개까지 쓴대요. 다해서 하루 10분 정도죠. 그렇게 적은 기록을 자기 전에 펼쳐봐요. 오늘 하루 무슨 일이 있었는지 1분 동안 생생히 떠올려 봅니다. 그럼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 같다고 해요.
“아침에 일어나서 식사한 순간. 오전에 누군가를 만난 순간. 이것들이 현재에 탁 달라붙은 느낌으로 존재하게 돼요. 하루를 살아낸 내가 나의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있으면, 더 이상 ‘소모되지 않고 사는구나’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주말엔 일주일간의 기록을 되짚으며 가장 기억하고 싶은 키워드를 하나 뽑아요. 일기는 이때 적는 겁니다. 하루 단위로는 볼 수 없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죠. 서로 상관없는 것처럼 보였던 일들이 연결되어 나만의 서사를 만들어요.
이런 습관이 쌓이다 보면 새로운 힘이 생긴다고 합니다. 바로 ‘생각력’이에요. 내 생각을 막힘없이 펼쳐나갈 수 있고, 상대방에게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힘이죠.
“기록하는 인간은 생각력이 높습니다. 내가 누구인지, 어떤 생각을 즐기는지 알기 때문에 말에도 막힘이 없어요. 논리에도 구멍이 덜하죠. 그럼 신뢰를 얻을 수 있고, 끝내 ‘유능한 사람’으로 불리게 됩니다.”
일주일 동안의 기록이 쌓여 바로 ‘나’를 만든다. 거창하게 매일 일기를 적을 필요는 없다. 일상에서의 사소한 경험과 느낌 한 줄씩이면 충분하다. 사진은 김 교수의 기록 노트. ⓒ롱블랙
Chapter 4.
기록이 커리어를 만든다
많은 직장인들이 궁금할 거예요. “그럼 기록을 잘하면 업무 스킬도 높일 수 있나요?”라고 묻자, 김익한 교수는 “당연하다”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는 ‘군계일학群鷄一鶴의 직원이 되는 법’을 소개했어요.
① 머릿속으로 아는 목적도 적고 시작해라
김 교수는 업무를 시작하기 전 ‘목적’부터 키워드로 기록하라고 강조합니다. 목적을 쓰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산으로 빠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에요.
목적을 적은 뒤엔, 이를 달성할 ‘핵심 성공 요인CSF*’도 1~2가지 키워드로 기록한 뒤 일을 시작해요. 그럼 핵심을 놓치지 않으면서, 덜 중요한 일엔 힘을 뺄 수 있다고 합니다.
*Critical Success Factor, 목표 달성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인.
② 일일 계획보단 월간 계획이 중요하다
김 교수는 말해요. 직장인에게 필요한 건 일일 계획보단 ‘월간 계획’이라고. 큰 단위의 업무와 목표 소요 기간부터 적는 거예요. 그럼 일일 계획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웠던 업무 전체의 목표치를 확인할 수 있어요. 이걸 주간으로, 다시 일간으로 쪼개보는 거죠.
목표를 정확히 아는 상태에서 일하니, 효율성이 높아집니다. 또 일주일 동안 어디에 에너지를 쏟을지 미리 계획할 수 있게 돼요.
“계획이란 시간표를 빈틈없이 채우는 일이 아니다. 자신이 진심으로 하고 싶은 것을 떠올려 메모하고 큰 틀에서 시간을 배분하는 것, 그것이 계획의 핵심이다.”
_김익한 『거인의 노트』 36p
③ 기록은 받아쓰기가 아니다
세 번째가 가장 중요합니다. 받아쓰기하듯 기록하지 말 것. 직장인들은 흔히 ‘회의 내용을 모두 적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려요. 상사 앞에서 업무 수첩을 들고 다니며 기계적으로 받아 적는 사람이 많은 이유죠.
김 교수는 이런 사람을 ‘기록형 인간’이라 볼 수 없다고 말합니다. 성실한 사람처럼 보일 순 있지만, 진짜 기록은 아니기 때문이에요. 엄밀히 말하면 대본 작성, 즉 ‘Script writing’이죠.
그래서 김 교수는 말합니다. 기록학에선 ‘무엇을 버릴지’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고요. 중요한 내용만 선별해 극단적으로 요약하기. 김 교수가 강조하는 기록의 원칙입니다.
“기록이라는 것은 핵심만 요약하기라고 생각하면 돼요. 그게 기록이에요. 많은 사람이 회사에서의 기록을 잘못 이해하고 있죠. 내가 듣는 내용을 토씨 하나 안 고치고 받아 적는 행위로요.”
받아쓰기식 기록이 나쁜 이유는 또 있습니다.
1. 적은 것을 진실이라고 착각하게 만든다.
2. ‘내가 그것을 안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3. 너무 많은 글자를 적으니 비효율적이다.
김 교수는 기록이 ‘진실과 가까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많은 대화가 ‘거짓’을 말하기도 하거든요. 미처 드러나지 않은 의도와 맥락은 말 속에 숨어있죠.
“회의에서의 대화만 기록하지 말고, 사람들의 표정이나 말투가 주는 느낌까지 살펴보면 좋습니다. 거기에 진짜 문제와 해결법이 숨어 있거든요. 겉으로 들리는 말에 주목하는 사람과, 회의를 주최한 사람의 ‘마음’에 주목한 사람. 둘 중 누가 더 유능할까요?”
다시 말해 군계일학의 직원은 내용을 자신의 시선에서 ‘재해석’할 줄 안다는 거예요. 회의에선 A라는 문제를 꺼냈지만, 실은 B와 C라는 문제도 연결된 것 같다며 의견을 덧붙이는 거죠.
“대화의 숨은 의도까지 파악하는 건, 요즘 나오는 AI 요약 프로그램도 못하는 겁니다. 그래서 요즘 시대의 ‘진짜 경쟁력’이라 생각해요. 기록 역량을 키우고 싶다면, 회의록 작성과 요약을 AI에 맡기는 대신 직접 해보면 어떨까요?”
계획표를 아주 촘촘하게 채우거나, 화려하게 꾸밀 필요는 없다. 큰 틀에서 업무 일정을 배분할 정도면 충분하다. 사진은 김 교수의 계획표. ⓒ김익한
Chapter 5.
기록하기 전에, 가면부터 벗어던져라
『거인의 노트』부터 『파서블』, 최근 출간한 『마인드 박스』까지. 김익한 교수가 기록에 대해 쓴 책은 흔히 ‘자기계발 베스트셀러’로 불립니다. 성장하고 싶은 사람이 꼭 봐야 할 책으로 꼽히죠.
하지만 김 교수는 분명히 합니다. 기록하기 전, 우선 스스로 성장이나 자기계발의 강박에서 벗어나자고요.
“제가 생각하는 성장의 본질은 하나예요. 비커밍Becoming. 즉 내가 새로운 무언가로 ‘되어가는 일’이죠. 남들보다 많은 돈을 벌기, 부자 되기도 성장이라 할 수 있어요. 하지만 기왕 무언가가 될 거면, 내가 진정 원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김 교수는 덧붙입니다. 기록은 남들의 욕망에 휩쓸리지 않게 도와주는 ‘길잡이’일 뿐이라고요.
“기록은 내가 겪은 경험을 견고하게 쌓는 과정이에요. 무수히 쌓인 경험은, 삶의 방향성과 개성을 만들게 됩니다. 그럼 남들의 인생을 따라 하지 않고 ‘나다운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죠.”
김 교수는 특히 직장인들이 기록을 통해 나다운 미래를 찾아 나서길 바랍니다.
“하루 중 제일 긴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요. 그런데 직장에선 승진하기, 돈 많이 받기, 빨리 퇴근해서 쉬기, 휴가를 많이 내 여행하기로 머릿속이 가득 차 있어요. 생각의 범위를 회사에 맞춰, 나만의 가치관으로 채우지 못하게 되는 거죠.”
그러면서 김 교수는 말합니다. 직장인들이 업무 스킬을 기억하려 애쓰는 만큼, 개인의 일상에도 관심을 기울이면 좋겠다고요.
“일에 적용하기 좋은 노하우는 기억하려 노력하면서도, ‘내 일상’을 기억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몇 없어요. 이게 우리 사회의 불행입니다.”
좋아하는 일을 떠올리기는커녕 ‘빨리 퇴근하고 싶다’는 생각에 집중하고 있나요? 그런 직장인에게 김 교수는 제안합니다. ‘나의 진짜 욕망을 알아보자’고.
“내가 누군지, 무엇으로 나를 정의할지 정리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직장인들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정리한 뒤엔, 내가 정말 하고 싶었는데 못한 것을 꼭 정리해야 합니다. 이걸 억누르고 살면 자기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어요.”
노트에 일상을 기록하는 김익한 교수. 그에게 일상 기록이란 경험과 깨달음을 연결하는 즐거운 일이다. ⓒ롱블랙
롱블랙 프렌즈 B
여태껏 ‘기록’이라 하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오랫동안 밀린 일기부터 급하게 적은 회의록까지. 시원찮은 기록이 가득했으니까요.
하지만 김익한 교수와의 이야기 덕분에, 마음을 가볍게 먹기로 했어요. 오늘부터 당장 기록을 시작해 보려 합니다. 그가 쓴 『거인의 노트』 속 한 구절을 인용하며, 오늘의 노트를 마무리합니다.
“‘난쟁이가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면 거인보다 더 멀리 볼 수 있다.’ 기록도 마찬가지다. 비록 지금의 내가 난쟁이일지라도 매일의 기록이 쌓이면 우리는 그 위에서 더 멀리 보고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다. 내가 남긴 기록을 디딤돌 삼아 가장 높은 곳에 선, 거인이 된 자신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_김익한 『거인의 노트』 9p퍼왔습니다
제가 작성한거 아닙니다